나는 한국인 최초 존스 호킨스 소아정신과 교수로 20년 가까이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나왔습니다. 한국에서 육아 강연을 하면 많은 부모들이 질문을 합니다.
"스마트폰은 몇 시간이나 보여줘야 맞나요?"
"선행 학습을 시킬까요. 말까요. "
그러면 나는 우선 이렇게 묻습니다.
"기본 원칙을 잘 하고 계십니까?"
육아의 기본 원칙은 밥 짓기와 같습니다.
밥을 지을 때는 쌀이 필요하고 물을 잘 맞춰야 합니다. 그 다음 불이 안 꺼지게 해줘야 합니다. 이 이상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없습니다. 여기에다 뭘 더 넣는다고 해서 좋은 밥이 될까요? 오히려 밥을 망치게 됩니다. 필요한 요건만 갖춰주고 뜸들이듯 기다려주면 쌀이 익으며 고유의 맛을 드러내듯 아이는 잘하면서 자신만의 잠재력을 펼쳐 보이게 됩니다.
1. 조건 없는 사랑을 전하는 20초 허그 요법
부모들은 아이에게 애정 표현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잘못된 표현을 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습니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때 조건을 다는 것입니다.
"엄마 말을 잘 들어야 사랑받지."
이 말은 말을 잘 들으면 사랑받겠지만 그걸 안 하면 사랑하기 어렵다는 조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키가 작아서 어떡하니 나중에 취직하고 결혼이나 하겠어"
체중 키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자라면 아이는 자신이 외모와 무관하게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흔들리게 됩니다. 조건 없는 사랑과 절대적 존재 가치를 전하는 정말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20초 허그 요법입니다. 20초 동안 밀착 포응을 하면서 몸을 편안히 하고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사랑한다는 메시지 입니다.
"우리 보석 같은 아들 정말 사랑해 "
조건을 붙이지 말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도록 합시다. 여기에 존재 가치도 넣어주면 좋습니다.
"지영이가 엄마 딸이어서 너무 감사해"
그 다음에는 인정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꽤 하지만 아이의 수고가 고맙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동생이 많이 귀찮게 했는데 잘 지내줘서 고마워"
"등원하기 싫었는데도 잘 다녀와 줘서 고마워"
아이들의 노력과 수고를 인정하고 고마워 해주는 말 그것만큼 아이 스스로를 뿌듯하게 해주는 말도 없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20초 허그 요법을 해주면 아이는 자존감이 단단해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이 생기게 됩니다.
2. 한 입 크기의 실패 권장하기
많은 부모가 아이가 안 넘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성인이 될 때까지 애지중지 키우면서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심어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성인이 되어 한 번의 실수에도 인생이 끝난 것처럼 좌절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스팽스라는 속옷 회사를 만들어 억만장자가 된 블레이클리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니 밥상머리 교육을 언급했습니다. 주말에 가족이 식탁에 모이면 아버지가 항상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뭘 실패했니"
"자전거로 마트에 가려다가 넘어졌어요. "
"피아노로 곡을 연주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
그녀가 대답하면 아버지는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니가 그렇게 도전하고 노력했구나 잘했다."
실패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자란 그녀는 원래 자꾸 실패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인식이 생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입 크기의 실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은 작은 실패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은 한 입 크기의 실패를 이것저것 많이 먹어보고 꿀꺽꿀꺽 삼키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뭐든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서 넘어지면서 배우는거야. 성공했냐. 아니냐보다 이걸 했다는 게 용감한 거야"
실패해도 괜찮고 오히려 실패하라고 합시다. 이런 자세를 배운 아이는 넘어져도 주저앉아 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됩니다.
3. OT 요법으로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아이한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 줄 때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OT 요법입니다. OT는 오리엔테이션의 줄임 말로 대학의 신입생이나 회사의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적응하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만약 형제끼리 장난감을 갖고 자주 싸운다면 사전에 규칙을 만들어 놓고 OT를 해줍니다. 규칙을 정할 때는 가족 회의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지영아 오빠랑 맨날 장난감 갖고 싸우는데 어떻게 하면 오빠와 함께 잘 가지고 놀 수 있을까"
그러면 아이들끼리 서로 자기 생각을 말할 것입니다. 아이들 말을 다 들어준 다음 부모가 규칙을 제안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도 정합니다.
"돌아가면서 10분씩 가지고 놀기로 하자 규칙을 어기면 그날 그 장난감은 가지고 놀 수 없어"
장난감을 꺼내서 줄 때는
"어떻게 놀기로 했지 " 라고 묻고 아이가 스스로 대답하도록 기다려줍니다.
"저랑 오빠랑 십분씩 가지고 놀기로 했어요. "
아이들이 규칙을 어기면
"아직 좀 어렵지"
하고 약속대로 장난감을 치웁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내가 연습해서 규칙을 잘 따라야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자녀가 이미 청소년이라면 하숙생 요법을 추천합니다. 아이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만약 하숙생이라면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너무 늦게 잔다면 얼른 자라고 단속하기보다 아이가 조절하는 능력을 스스로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시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학생 우리 집 사람들이 다 열한 시면 자는데 학생 방에서 계속 소음이 난다고들 하네. 어떻게 생각해?"
자기 조절의 첫 단계는 자기 인식이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해야 그 다음에 스스로 조절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육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알고 그것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힘을 좀 빼도 아이들은 잘 자란다 육아의 본질에 충실하자.
존스 홉킨스 소아정신과 진나영 교수의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아이로 키우는 육아법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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